중국 상표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대체로 "얼마나 들까요"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결과를 가르는 변수는 비용보다 경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예산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출원했느냐에 따라 권리 확보 시점이 반년 넘게 차이 나고, 상표 브로커와 부딪혔을 때 쓸 수 있는 카드의 개수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상표를 확보하는 길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중국 국가지식산권국(CNIPA)에 곧바로 내는 직접출원, 한국 출원일을 소급받는 우선권 주장 출원, 그리고 한국 특허청을 통해 여러 나라를 한 번에 지정하는 마드리드 국제출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가지를 실무자의 눈높이에서 하나씩 뜯어보고, 어떤 상황에 어떤 경로가 유리한지 판단 기준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중국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합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경합하면 먼저 출원한 쪽이 권리를 가져갑니다. 국내에서 몇 년째 써온 브랜드라도, 중국에 출원해두지 않았다면 그 사실만으로 중국 내 권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한국 기업 특유의 구조적 취약점이 겹칩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신규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하고, 어느 정도 인지도와 점유율이 확보된 뒤에 해외 진출을 검토합니다. 그런데 요즘 유통 환경에서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순간 그 브랜드가 실시간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노출됩니다. 즉 "국내에서 검증한 뒤 중국에 간다"는 순서 자체가, 중국 상표 브로커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경로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언제나 속도입니다. 표장과 상품이 확정된 순간이 곧 출원의 적기이고, 남은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가장 빠르고 튼튼하게 낼 것인가"입니다.
중국 현지 대리기관을 통해 CNIPA에 곧바로 출원하는 방식입니다. 실무에서 한국 기업이 선택하는 비중이 가장 높고, 특히 중국이 핵심 시장이거나 단독 진출국인 경우에는 사실상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중국 소비자는 영문 브랜드를 자기식 중문 표기로 바꿔 부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화장품, 의류처럼 소비자 접점이 큰 업종에서는 한국에서 쓰는 영문 브랜드와 별개로, 중국 시장용 중문 브랜드를 따로 네이밍해 중국에만 출원하는 사례가 꾸준히 있습니다.
중국 실무와 언어에 맞춰 개별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거절 통지가 왔을 때도 중국 대리인이 곧바로 붙어 대응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관납료와 대리비용으로 나뉩니다. 전자출원 기준 상품류 1개당 기본 관납료가 책정되어 있고, 지정상품을 10개까지 고를 수 있으며 10개를 넘기면 1개당 추가 관납료가 붙는 구조입니다. 대리비용은 대리기관마다 편차가 큽니다.
의외로 많은 불수리가 상표 자체가 아니라 출원인 정보에서 발생합니다. 중국 출원서에는 출원인의 중문명칭과 중문주소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데, 주소를 번역하면서 건물명 등에 영문 알파벳이 섞여 들어가면 심사관에 따라 불수리 통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여러 상품류를 출원했는데 일부는 수리되고 일부는 불수리되는 일도 실제로 발생합니다.
또한 최근 국내 기업들은 회사명을 영어 기반으로 짓는 경우가 많아 마땅한 한자 표기가 없습니다. 이때는 발음이나 의미가 가까운 중문 명칭을 새로 만들어 기재하게 되는데, 사전 검색만으로 정한 이름이 중국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어감으로 읽히는 경우가 있어 반드시 현지 대리인과 상의해야 합니다.
한국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한 뒤 6개월 이내에 중국에 출원하면서 우선권을 주장하면, 중국 출원일을 실질적으로 한국 출원일까지 소급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파리조약에 근거한 제도이고, 중국 상표법이 인정하는 우선권 기간도 6개월입니다.
이 제도의 진가는 평소가 아니라 브로커와 날짜 싸움이 붙었을 때 드러납니다. 브로커가 우리 브랜드를 중국에 출원한 날짜가 우리 한국 출원일보다 늦다면,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우선권을 주장해 중국에 출원하는 것만으로 상대 출원은 선출원주의 위반으로 거절됩니다.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처럼 1년 넘게 끌고 갈 필요 없이, 날짜 하나로 상황이 정리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카드를 쓸 수 있는 기업이 생각보다 적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 출원 후 6개월 안에 중국 출원까지 진행하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국내 심사 결과를 보고, 매출 추이를 보고, 그러는 사이에 6개월이 지나갑니다.
한국 출원 또는 등록을 기초로, 마드리드 의정서에 따라 국제출원을 하면서 중국을 지정국으로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한 번의 절차로 여러 국가를 커버할 수 있고, 갱신·명의변경 같은 관리도 한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어 관리 편의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은 실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통해 중국을 지정하면, 중국 상표국은 별도의 상표등록증을 발부하지 않습니다. 대신 보호부여성명(STATEMENT OF GRANT OF PROTECTION)이 발행되는데, 문제는 중국 현지에서 이 문서만으로는 등록상표로서의 효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마드리드는 "거절되지 않았을 때" 편한 제도입니다. 중국에서 거절 통지가 나오면 결국 중국 현지 대리인을 선임해 대응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직접출원한 것과 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게 됩니다.
| 구분 | 중국 직접출원 | 우선권 주장 출원 | 마드리드(중국 지정) |
|---|---|---|---|
| 기초 요건 | 없음 | 한국 출원 후 6개월 이내 | 한국 기초 출원·등록 필요 |
| 출원일 효력 | 중국 실제 출원일 | 한국 출원일로 소급 | 국제등록일 기준 |
| 브로커 선점 대응력 | 보통 | 가장 강함(날짜로 제압) | 보통 |
| 지정상품 자유도 | 중국 기준에 맞춰 자유 설계 | 한국 출원 범위에 제약 | 기초 출원 범위에 연동 |
| 등록증 | 중국 등록증 발부 | 중국 등록증 발부 | 미발부, 별도 증명 신청 필요 |
| 거절 시 대응 | 중국 대리인 직접 대응 | 중국 대리인 직접 대응 | 결국 현지 대리인 선임 필요 |
| 추가 비용 요소 | — | 증명서류 번역비 | 등록증명 신청비·대기 2개월 |
| 추천 상황 | 중국이 핵심·단독 진출국 | 한국 출원 직후, 선점 정황 포착 시 | 다국가 동시 진출, 포트폴리오 관리 중심 |
저희가 고객사와 상담할 때 실제로 밟는 판단 순서를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다른 고민보다 우선권 주장 출원을 우선 검토합니다. 지정상품 제약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출원일 소급이 주는 이점이 훨씬 큽니다. 필요하면 우선권 주장 출원과 별도 출원을 병행해 상품 범위를 보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국 한 나라라면 직접출원이 절차상 더 빠르고 명확합니다. 중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동시에 걸려 있다면 마드리드를 검토하되, 중국에 대해서는 등록증명 이슈를 감안해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중국에서 쓸 이름이 한국과 다르다면(중문 브랜드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면), 그 중문 표장은 마드리드로 커버되지 않습니다. 중국 직접출원으로 별도 확보해야 합니다. 영문·중문·한글·도형까지 어떤 표장을 어디까지 출원할지는 시리즈 3편과 7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면, 입점 심사에서 상표등록증 또는 최소한 상표출원수리통지서를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출원 후 방식심사를 통과하면 발부되는 이 통지서는 실무에서 생각보다 요긴하게 쓰이므로, 입점 일정이 잡혀 있다면 이 시점까지 역산해 출원일을 정해야 합니다.
중국 상표법은 2026년에 대폭 개정되어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개정의 큰 방향은 "등록만 해놓고 쓰지 않는 상표"와 "팔아먹을 목적의 악의적 선점"을 정조준하는 쪽입니다. 사용하지 않을 상표를 대량으로 쌓아두는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진정한 사용 요건이 한층 무거워집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반가운 변화입니다. 다만 두 가지는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제도가 강화되어도 이미 등록된 상대 상표를 걷어내는 절차 자체는 여전히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립니다. 예방이 언제나 대응보다 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둘째, 사용 요건이 강화된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방어출원도 "실제 사용" 관점에서 점검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범위를 넓히기보다 사업 로드맵에 근거한 설계가 중요해집니다.
Q. 한국 출원 후 6개월이 이미 지났습니다. 우선권은 포기해야 하나요?
네, 우선권 기간은 연장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직접출원으로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면서, 혹시 이미 선점된 상표가 있는지 선행조사를 병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점 상표가 확인되면 법률상태(출원 중인지, 등록됐는지, 등록 후 몇 년이 지났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대응 수단이 달라집니다.
Q. 중국 상표출원,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중국은 한국과 달리 심사 과정에서 의견제출통지서를 보내주지 않고, 심사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거절결정, 부분거절결정 또는 초심공고 중 하나가 통지됩니다. 최근 중국 상표국이 심사기간 단축에 힘써온 결과 결과 통지까지의 기간은 과거보다 짧아진 편이지만, 초심공고 후 이의신청 기간까지 감안하면 등록 완료까지는 통상 1년 안팎으로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마드리드로 중국을 지정했는데 등록증이 없다고 합니다. 권리가 없는 건가요?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호부여성명이 나왔다면 중국 내에서 보호를 받습니다. 다만 현지 플랫폼이나 거래처가 등록증 형태의 문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중국 상표국에 상표등록증명을 별도 신청해 확보해두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발급에 두 달가량 걸리니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법인 명의와 대표 개인 명의 중 어느 쪽으로 출원해야 하나요?
법인으로 출원하면 출원인 자격증명서류로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중문번역문을, 개인으로 출원하면 여권 사본 또는 신분증 사본과 번역문을 제출하게 됩니다. 서류 난이도 차이는 크지 않지만, 향후 투자 유치나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고려한다면 명의 이전 절차(수개월 소요)를 다시 밟지 않도록 처음부터 법인 명의로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세 가지 경로 중에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없습니다. 우선권은 가장 강력하지만 기간이 짧고 상품 범위에 제약이 있으며, 마드리드는 관리가 편하지만 중국에서는 등록증 문제를 안고 갑니다. 직접출원은 가장 무난하지만 출원일 소급 효과가 없습니다. 결국 우리 회사의 진출 일정, 브랜드 표기 전략, 이커머스 계획 중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 경로 선택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로를 고르든 공통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표장과 지정상품이 확정됐다면 미루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이 "지정상품"이 왜 한국과 그렇게 다른지, 유사군 코드가 무엇이고 제35류를 꼭 같이 내야 하는지를 실무 기준으로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