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서 중국 상표출원의 세 가지 경로를 비교했습니다. 경로가 정해지면 곧바로 부딪히는 것이 "그래서 어떤 상품을 지정할 것인가"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이 단계를 가볍게 넘긴 기업일수록 나중에 손해가 큽니다. 정작 보호받고 싶었던 핵심 제품이 보호범위 밖에 있거나, 반대로 쓰지도 않을 상품에 비용을 쏟았거나, 심하면 상품 하나 때문에 출원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표출원이 성립하려면 표장(mark)과 상품(goods) 두 가지가 확정되어야 합니다. 표장은 대체로 회사가 이미 정해서 옵니다. 문제는 늘 상품 쪽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같은 니스 국제분류 체계를 쓰는데도 실제 운영 방식이 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니스 국제분류 체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제1류부터 제45류까지, 상품은 1~34류, 서비스는 35~45류로 나뉘는 큰 틀은 완전히 동일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에서 고른 상품을 번역해서 넣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각 류(類) 안으로 한 단계만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중국 상표국은 니스 분류를 기초로 〈유사상품 및 서비스 구분표〉(이하 구분표)를 자체적으로 작성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 구분표의 세부 운영 방식이 한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세분화 정도입니다. 한국의 상품분류 기준은 매우 상세하게 쪼개져 있는 반면, 중국 구분표에는 상위 개념의 포괄 명칭에 해당하는 상품이 아직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3류의 '치약'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가루치약, 미백치약, 소프트케이크 형태의 치약, 액상치약, 액체치약, 유아용 치약, 츄잉검 형태의 치약, 치아겔, 치약겔, 치약분, 크림치약, 튜브치약, 개·고양이용 치약, 애완동물용 치약처럼 십수 가지로 나뉩니다. 반면 중국 구분표에는 오랫동안 '치약' 한 종류만 들어 있었고, 최근 개정판에서야 '고체치약', '미백치약', '삼킬 수 있는 치약' 정도가 추가되었습니다.
| 중국 구분표 | 한국 상품분류 기준 |
|---|---|
| 치약 고체치약 미백치약 삼킬 수 있는 치약 |
가루치약 / 미백치약 / 소프트케이크 형태의 치약 / 액상치약 / 액체치약 / 유아용 치약 / 츄잉검 형태의 치약 / 치아겔 / 치약 / 치약겔 / 치약분 / 크림치약 / 튜브치약 / 개·고양이용 치약 / 애완동물용 치약 |
이 차이가 왜 문제가 되느냐면, 한국 기준으로 "우리는 젤 타입 치약을 만드니까 치아겔로 지정하자"고 정해도 중국 구분표에 그 명칭이 없으면 그대로 기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국의 포괄 명칭 하나를 선택하면 의도보다 넓은 범위를 커버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의 지정상품 목록은 시장 변화를 반영해 꾸준히 갱신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구분표에 반영된 신규 상품·서비스가 상당히 많고, 신규 반영 항목은 각 상품류 구분표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 들어온 상품에는 아직 6자리 고유식별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유사군으로만 구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 상표 실무를 이해하려면 유사군(类似群)이라는 개념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구분표는 각 류 안의 상품들을 다시 유사군이라는 하위 그룹으로 묶어 관리합니다. 예를 들어 제3류의 0301, 0305, 0306, 0307 같은 네 자리 숫자가 유사군 코드입니다.
심사 실무에서 상품의 유사 여부는 상당 부분 이 유사군 코드를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판단됩니다. 같은 유사군에 속하면 유사한 상품으로, 다른 유사군이면 비유사로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실제로 거절결정통지서를 받아보면 "출원상표와 인용상표의 알파벳 구성이 유사하고, 지정상품은 제3류의 0301, 0305~0307 유사군이 중복되어 유사상표에 해당한다"는 식의 판단이 그대로 적혀 나옵니다.
중국은 지정상품 일부에만 거절사유가 있으면 부분거절결정을 내립니다. 그 결과 초심공고된 상품만 최종 등록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후 등록증과 표장만 보고 보호범위를 넓게 오해하는 사례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제3류로 여러 상품을 냈는데 심사관이 '공기방향제'에 대해서만 초심공고 결정을 하고 나머지는 선출원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한 경우,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권리는 공기방향제와 그 유사군에 한정됩니다. 어떤 상품으로 등록됐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이후 침해 대응이나 플랫폼 신고에서 헛발질을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상품류별로 기본 관납료로 10개까지 지정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10개를 초과하면 1개당 추가 관납료가 가산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제3류에 19개를 지정하면 기본 관납료에 초과분 9개에 해당하는 금액이 더해집니다.
비용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넣는 것이 정답도 아닙니다. 저희가 상품 구성을 짤 때 적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구분표는 중국어로 작성되어 있어 한국 기업 담당자가 직접 지정상품을 고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권장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중국 상표 상담에서 단연 질문이 많은 주제입니다. "중국에서 유통하려면 제35류가 필수라던데요"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제35류에 상품 유형별 도·소매업을 규정하고 있어, 출원인이 제35류 출원 시 어떤 지정서비스업을 선택할지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그런데 중국 구분표상의 제35류에는 특정 상품에 대한 도·소매업 항목이 없습니다. 의류 도·소매업, 주류 도·소매업 같은 항목 자체가 중국 제35류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구조적 차이 때문에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중국 출원 시 제35류를 함께 내야 하는가"를 두고 실무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다년간의 실무와 연구를 토대로 정리하면, 제35류보다는 제3류, 제18류, 제25류처럼 상품 자체에 관한 상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우선입니다. 제35류는 보충적으로 확보해두면 타인의 선점과 소비자 혼동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다음 경우에는 제35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지정상품 선택은 결국 어떻게 하는 게 맞나요?
한국과 중국은 제1류부터 제45류까지 대분류만 같고 세부 지정상품 분류에는 차이가 큽니다. 게다가 중국 기준은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따라서 등록이 필요한 상품을 한글 또는 영문으로 먼저 선택하신 뒤, 중국 대리인과 협의해 중국 분류 기준에 부합하는 지정상품으로 확정한 다음 출원을 진행하시는 것이 정석입니다.
Q. 제35류에 등록하면 중국에서 유통이 가능한가요?
제35류만으로 상품 유통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화장품이라면 제3류처럼 상품 자체에 대한 상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제35류는 보충적 확보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자사 몰을 직접 운영하거나 타사 상품까지 유통할 계획이라면 제35류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Q. 등록상표의 보호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가요?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타인이 사용하면 당연히 침해가 되고, 유사상표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도 전용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유사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① 표장이 동일하고 지정상품이 유사한 경우, ② 표장이 유사하고 지정상품이 동일한 경우, ③ 표장도 유사하고 지정상품도 유사한 경우입니다.
Q. 지정상품을 10개 꽉 채우는 게 유리한가요?
개수보다 구성이 중요합니다. 사업과 무관한 상품을 채워 넣으면 그 상품 때문에 부분거절이 발생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는 상품은 향후 3년 불사용 취소의 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용 상품과 인접 유사군의 보완 상품 중심으로 구성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중국 지정상품 작업은 한국에서 고른 상품 목록을 중국어로 옮기는 번역 작업이 아닙니다. 중국 구분표라는 별도의 지도 위에 우리 사업을 다시 그리는 설계 작업에 가깝습니다. 유사군이라는 격자를 이해하고, 그 격자 위에 핵심 제품과 확장 예정 영역을 배치하는 일이지요.
표장과 상품이 정리됐다면 다음 관문은 서류입니다. 다음 3편에서는 의외로 사고가 잦은 지점 — 출원인의 중문명칭과 중문주소, 번체·간체 문제, 법인 명의와 개인 명의의 차이를 다루겠습니다. 상표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주소 한 줄 때문에 불수리 통지를 받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