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출원 업무를 하다 보면 의외의 지점에서 사고가 납니다.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 지정상품 같은 '중요해 보이는' 항목은 다들 신경 써서 준비하지만, 정작 문제는 회사 주소를 중국어로 옮기는 단계에서 터집니다. 상표 자체에는 아무 흠이 없는데 불수리통지서를 받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번 3편은 다소 건조한 서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앞선 1편(출원 경로)과 2편(지정상품)에서 아무리 좋은 전략을 세워도, 이 단계에서 걸리면 출원일 자체가 뒤로 밀립니다. 선출원주의 국가에서 출원일이 밀린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더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중국 상표출원서를 작성하려면 최소한 다음이 확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앞의 두 가지는 대부분 회사가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뒤의 두 가지, 즉 출원인 정보입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이름과 주소를 적는 칸"일 뿐이지만, 중국 상표국 입장에서는 권리 주체를 특정하는 핵심 정보라 형식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한국 회사 주소를 중문으로 번역하다 보면 난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건물명입니다. 요즘 국내 오피스 건물명은 영문인 경우가 많고, 회사 이름 자체가 영문인 경우도 흔합니다. 이때 중문 주소란에 영문 알파벳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심사관에 따라 불수리 통지가 발부될 수 있습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주소는 건물명까지 전부 중문으로 번역해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원서뿐 아니라 위임장에 기재되는 주소도 동일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같은 회사인데 출원 건마다 주소 표기가 조금씩 다르면, 나중에 명의·주소 변경 절차나 권리 행사 단계에서 정보 불일치로 발목이 잡힙니다. 이 부분은 5편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중국 상표출원 시에는 출원인의 중문 명칭을 반드시 기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기업들은 영어를 기반으로 사명을 짓는 경우가 많아 마땅한 한자 표기가 아예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 가지 더. 출원인의 중문 명칭과, 중국 시장에서 사용할 중문 브랜드명은 별개입니다. 출원인 명칭은 권리 주체를 특정하기 위한 것이고, 중문 브랜드는 소비자가 부르는 이름입니다. 후자는 그 자체로 상표출원 대상이며, 네이밍 전략도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의 표준 문자는 간체자입니다. 별도의 중문 상표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 만든다면 보통 간체로 네이밍한 뒤 출원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쓰는 한자는 번체자입니다. 이미 국내에서 한자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 번체자 그대로 중국에 출원하게 되는데, 여기서 실무상 까다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중문 상표를 출원할 때, 국내에서 쓰는 한자 글자체가 중국의 표준 간자체와 다를 경우 심사관은 해당 한자의 쓰는 방법, 발음, 그리고 이에 대한 출처를 제출하라는 보정통지서를 발부합니다.
번체로 출원하더라도 출원서의 상표 설명 부분에는 간체로 기재하게 되므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장이라면 일반적으로 보호범위에 포함됩니다. 실제로 번체 등록상표 때문에 간체가 섞인 후출원 상표가 거절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 사용하는 상표가 번체라면 번체와 간체를 모두 출원해두는 편이 상표 보호의 안전성을 높입니다. 비용이 두 배가 되는 문제는 있지만, 중국에서 브랜드를 오래 끌고 갈 계획이라면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출원인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가 달라집니다.
| 구분 | 법인 명의 출원 | 개인 명의 출원 |
|---|---|---|
| 제출 서류 | 사업자등록증 사본 + 중문번역문 | 여권 사본 + 번역문, 또는 신분증 사본 + 번역문 중 선택 |
| 명의 안정성 | 대표 변경과 무관하게 유지 | 개인 신상 변동에 영향 |
| 향후 이전 필요성 | 낮음 | 법인 전환 시 이전 절차 필요 |
| 권리 행사 | 법인 차원에서 일원화 | 회사와 권리자가 분리됨 |
서류 난이도 자체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판단 기준은 향후 이전 절차를 피할 수 있느냐입니다. 개인에서 법인으로(또는 그 반대로) 명의를 옮기는 상표이전은 형식상 명의만 바뀌는 절차임에도 별도 서류와 수개월의 심사 기간이 듭니다. 투자 유치나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처음부터 법인 명의로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중국 상표출원 비용은 관납료와 대리비용으로 구성됩니다. 관납료는 상품류 단위로 부과되며, 전자출원이 종이출원보다 저렴합니다.
대리비용은 대리기관마다 편차가 큽니다. 견적을 받으실 때는 관납료 포함 여부, 등록 시 별도 성사금 유무, 거절 대응 비용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반드시 함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원비만 저렴하게 제시한 뒤 이후 단계마다 추가 청구가 붙는 구조도 있기 때문입니다.
출원을 접수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수리 단계와 심사 단계에서 몇 가지 통지서가 올 수 있고, 각각 대응 기한이 다릅니다.
출원 후 초보심사(방식심사)를 통과하면 발부됩니다. 대응할 것은 없지만 실무적으로 매우 유용합니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 중에는 입점 심사에서 이 통지서 제출을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등록증이 나오기 전이라도 입점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잘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발부될 수 있습니다.
위임장 스캔 품질 같은 사소한 이유로 시간이 밀리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날인은 선명하게, 스캔은 컬러로 하시기 바랍니다.
실질심사 단계에서 거절이나 초심공고 외에 심사의견통지서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황은 이렇습니다. 우리 출원을 막고 있는 인용상표에 대해 3년 연속 불사용 취소를 신청해 취소결정이 나왔지만, 아직 등록취소 공고 전이라 결정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때 심사관은 해당 출원에 대해 심사보류를 신청할 것인지 묻는 통지서를 보내고, 출원인은 수령 후 15일 이내에 심사보류신청 서면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Q. 출원인의 중문 주소에 영문이 조금 섞여도 괜찮지 않나요?
권장하지 않습니다. 심사관에 따라 불수리통지서가 나올 수 있고, 같은 날 여러 류를 출원해도 일부만 수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수리되면 해당 부분을 신속히 수정해 재출원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전부 중문으로 번역하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Q. 중문 상표는 번체자와 간체자를 모두 출원해야 하나요?
새로 네이밍하는 경우라면 보통 간체자로 진행합니다. 이미 한국에서 번체 한자 상표를 쓰고 있다면 번체로 출원하게 되는데, 이 경우 심사관이 해당 글자체의 출처 자료를 요구할 수 있으니 근거를 확보해두셔야 합니다. 실제 사용 상표가 번체라면 번체와 간체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름 모를 중국 사무소에서 "귀사 상표가 거절됐으니 빨리 대응하라"는 메일이 왔습니다.
정상적인 대리사무소를 통해 출원했다면, 거절 시 그쪽에서 성공 가능성과 대안을 검토해 보고합니다. 광고성 메일이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당 사실을 거래 중인 대리사무소에 알리고 대응 방안을 협의하시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유사상표가 초심공고됐으니 이의신청하라"는 메일도, 정보만 취하고 상표의 법률상태와 출원인을 조사한 뒤 인용 가능성을 분석해 판단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견적을 비교할 때 무엇을 봐야 하나요?
관납료 포함 여부, 등록 시 성사금 유무, 거절이유 대응 비용의 처리 방식, 이 세 가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출원 단가만 낮게 제시하고 이후 단계마다 청구가 붙는 구조인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원서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정해진 형식을 정확히 지키면 되는, 말하자면 위생 관리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위생 관리가 무너지면 앞서 세운 전략이 전부 지연됩니다. 선출원주의 국가에서 며칠의 지연이 권리의 유무를 가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서류까지 통과하면 이제 본격적인 심사 단계입니다. 다음 4편에서는 중국 심사의 가장 당혹스러운 특징 — 한국과 달리 의견제출통지서 없이 곧바로 거절결정이 날아오는 구조와, 부분거절·복심신청·분할출원을 활용한 대응법을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