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상표를 출원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익숙한 흐름이 있습니다. 심사관이 거절이유를 발견하면 먼저 의견제출통지서를 보내주고, 출원인은 그에 대해 의견서를 내거나 문제가 되는 지정상품을 일부 삭제해 등록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일종의 협상 창구가 열려 있는 셈입니다.
중국은 이 단계가 없습니다. 심사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거절결정통지서, 부분거절결정통지서, 또는 초심공고통지서 중 하나가 발부됩니다. 중간 협의 없이 결론이 먼저 도착하는 구조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있다가 거절결정통지서를 받고 "의견서 내면 되지 않나요"라고 물으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단계는 이미 지나가 있습니다.
출원 후 형식 요건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통과하면 상표출원수리통지서가 발부됩니다. 3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중국 온라인 플랫폼 입점 심사에서 이 통지서를 요구하는 곳이 있으니 잘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상표의 절대적 거절사유(식별력 등)와 상대적 거절사유(선출원상표와의 유사 등)가 있는지 심사합니다. 결과는 세 갈래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정통지서나 심사의견통지서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3편 참조).
초심공고 결정이 나면 출원인에게 초심공고통지서가 발송되고 공보에 공고문이 실립니다. 공고 기간은 3개월이며, 이 기간에 제3자가 이의신청 사유를 발견하면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등록공고가 보류됩니다. 심사 결과 이의신청이 인용되면 거절결정이 되고, 기각되면 등록공고 절차가 진행됩니다.
공고 기간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기간 종료 다음 날짜로 등록공고가 됩니다. 이후 1~2개월 뒤 전자등록증이 먼저 발부되고, 이어서 등록증 원본이 발부됩니다.
한국에는 의견제출통지 단계가 있는 대신 부분거절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반대입니다. 의견 제출 기회는 없지만, 일부 지정상품에만 거절사유가 있으면 그 부분만 거절하고 나머지는 살려줍니다.
예를 들어 제3류로 여러 상품을 출원했는데 심사관이 '공기방향제'에 대해서만 초심공고 결정을 하고, 나머지 상품은 선출원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거절된 상품에 대해 복심을 신청하면서 분할출원을 하지 않으면, 복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초심공고가 지연됩니다. 즉 아무 문제 없이 통과한 상품들까지 덩달아 발이 묶입니다. 권리화가 늦어지는 만큼 이커머스 입점이나 통관 대응도 밀립니다.
부분거절 후 초심공고된 상품만 최종 등록된 경우, 나중에 등록증과 표장만 보고 보호범위를 넓게 오해하는 일이 실무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등록되면 보호범위는 그 상품과 해당 상품이 속한 유사군까지입니다. 침해 경고나 플랫폼 신고를 할 때 이 범위를 착각하면 역공을 당할 수 있습니다.
표장을 지정상품에 사용할 경우 상품의 원료, 기능, 효능 등에 대해 소비자의 오인을 초래하기 쉽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유형입니다. 중국 상표법 제10조 제1항 제7호가 근거로 인용됩니다.
실무 경험상 이 유형은 불복하더라도 극복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거절결정에 불복해 복심을 신청해도 심판 단계에서 같은 논리로 다시 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출원상표와 선출원상표의 표장 및 지정상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로, 중국 상표법 제28조와 제30조가 근거입니다. 2편에서 설명드린 유사군 코드 중복이 여기서 작동합니다. 실제 거절결정통지서에는 "표장의 영문 알파벳 구성이 유사하고, 지정상품은 제3류의 0301, 0305~0307 유사군이 중복되어 유사상표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판단이 적혀 나옵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유사 여부 판단이 전체적인 시각 효과를 고려하기보다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구별되는 상표가 기계적 판단으로 걸러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상표의 중요도에 따라 복심을 진행해볼 실익이 있는 영역입니다.
모든 지정상품에 대해 거절결정통지서를 받은 경우, 15일 이내에 불복신청을 진행해야 합니다. 복심은 심판 기관에서 심사하게 됩니다.
전자출원을 한 경우, 복심 위임장의 지정 위치에 날인 또는 서명한 뒤 컬러 스캔 파일을 제출합니다. 여기에 사업자등록증 사본 및 번역문 등 신분증명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로고나 도형상표는 문자상표보다 심사관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는 정도가 큽니다. 인용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될 경우, 1차적으로는 복심신청을 검토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미술저작물로 저작권 등록을 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사관이 인용상표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반드시 침해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며, 해당 로고를 우리 회사가 직접 창작했거나 계약을 통해 정당한 권리 주체가 되었다면 저작권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여지가 남습니다.
Q. 중국은 왜 의견제출통지서를 주지 않나요?
제도 설계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일부 지정상품에 거절사유가 있으면 의견제출통지서를 발행해 삭제나 비유사 주장을 할 기회를 주지만, 중국은 그 절차 없이 곧바로 결정을 내립니다. 대신 일부 상품에만 문제가 있으면 부분거절결정을 내려 나머지를 살려주는 구조입니다.
Q. 이미 중국에서 상품을 팔고 있는데, 검색해보니 선등록상표와 유사해 등록 가능성이 낮습니다. 계속 써도 될까요?
위험합니다. 사용 중인 상표가 선등록상표와 유사하면 침해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고, 계속 사용하면 민·형사상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먼저 선등록상표의 보호범위와 지정상품 유사 여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만 그 선등록상표가 등록공고 후 3년 이상 지났고 사용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면 3년 연속 불사용 취소를 시도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Q. 등록받은 상표를 조금 바꿔서 써도 되나요?
원칙은 등록받은 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임의로 변경해 사용하면 부정사용에 해당할 수 있고, 나중에 타인이 3년 연속 불사용 취소를 신청했을 때 사용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바꿀 사정이 생겼다면 새 표장으로 다시 출원한 뒤 사용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복심을 신청하면 얼마나 걸리나요?
심판 절차인 만큼 상당한 기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복심만 붙잡고 기다리기보다, 복심과 병행해 신규 출원을 진행하거나 분할출원으로 통과한 상품을 먼저 등록시키는 실무가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 상표에서 거절결정통지서는 한국보다 훨씬 일찍, 그리고 더 갑작스럽게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부분거절이라면 분할출원으로 살릴 상품이 있고, 유사 거절이라면 기계적 판단을 다퉈볼 여지가 있으며, 식별력 거절이라면 빠르게 방향을 틀어 재출원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거절결정통지서에는 종종 더 중요한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를 막은 인용상표가 누구 것인지입니다. 그 출원인이 브로커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음 5편에서는 잠시 호흡을 돌려 등록 이후의 관리 업무(갱신, 명의변경, 이전, 사용권 설정)를 정리하고, 6편에서 무단선점 대응 수단을 본격적으로 비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