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다섯 편은 정상적으로 권리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편은 반대 상황입니다. 중국에 상표를 내려고 보니 이미 누군가 우리 브랜드를 출원해뒀거나, 거절결정통지서에 낯선 회사의 상표가 인용상표로 찍혀 나온 경우입니다.
이때 기업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되찾을 수 있나요"입니다. 답은 "상대 상표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입니다. 출원 중인지, 공고 중인지, 등록됐는지, 등록된 지 몇 년이 지났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거절결정통지서를 받으면 대부분 출원상표와 인용상표의 유사도만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런데 인용상표가 우리 상표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유사하다면, 그 상표의 출원인이 누구인지를 반드시 함께 조사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에 해당한다면 그 출원인은 상표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대형 브로커 외에, 확인되지 않은 다수의 브로커가 지금도 활동하고 있으며 그 방식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상표를 출원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았고, 선점당한 상표의 중국 출원일이 우리 한국 출원일보다 늦은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우선권을 주장해 중국에 출원하면 중국 출원일이 실질적으로 한국 출원일로 소급되므로, 브로커의 상표 출원은 선출원주의 위반으로 거절됩니다. 심판이나 소송 없이 날짜 하나로 상황이 정리됩니다.
우선권을 쓸 수 없고, 브로커의 상표가 아직 초심공고(출원공고에 해당) 중이라면 이의신청으로 등록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현행 제도상 초심공고 기간은 3개월이며, 이 기간 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면 상대 상표는 등록됩니다. 뒤에서 설명드릴 개정법에서는 이 기간이 더 짧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의신청 요건은 선권리자 또는 이해관계자만 신청할 수 있는 사유(상대적 거절이유)와,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는 사유(절대적 거절이유)로 나뉩니다.
| 구분 | 주요 사유 |
|---|---|
| 상대적 거절이유 (선권리자·이해관계자만) |
저명상표의 복제·모방·번역 / 대리상 또는 업무상 거래관계에 있는 자의 출원 / 지리적 표시 / 선출원주의 위반 / 선권리 침해 및 선사용 |
| 절대적 거절이유 (누구든지) |
사용 목적 없는 악의적 상표출원 / 사용금지 사유 / 통용명칭 / 기술적 표장 / 대리기구 관련 문제 |
마지막 두 항목은 특히 강력합니다. 대리상이나 거래 관계에 있던 자가 무단 출원한 경우는 중국 상표법이 정면으로 규율하는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중국 바이어·대리상·유통채널과 주고받은 이메일, 기념사진, 계약서 등 교류 자료를 평소에 보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상대방 상표는 등록되며, 이의신청 심사 결과 자체에 대한 불복 절차는 없습니다. 다만 등록된 상표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브로커가 상표를 등록한 후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신청일 기준 최근 3년간 연속 불사용한 등록상표에 대해 상표국에 등록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자사 상표가 중국에서 선점됐는지, 초심공고가 됐는지를 상시 모니터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거절결정통지서의 인용상표를 통해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에는 이미 공고 기간이 지나 이의신청을 쓸 수 없으므로, 상대 등록상표가 3년을 경과했다면 불사용 취소가 유력한 카드가 됩니다.
중국에서는 누구든지 3년 불사용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자극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우리 기업 명의 대신 중국 현지인 명의로 신청하는 방안도 실무에서 활용됩니다.
특히 우리가 이미 중국에서 해당 상표를 사용 중인 상황이라면 이 선택이 중요합니다. 직접 취소신청을 제기했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침해소송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로커의 상표가 이미 등록되었고 아직 등록 후 3년이 지나지 않아 이의신청도 불사용 취소도 쓸 수 없다면, 무효심판 청구를 고려하게 됩니다.
무효심판도 이의신청과 마찬가지로 선권리자·이해관계자만 청구할 수 있는 상대적 사유와 누구든지 청구할 수 있는 절대적 사유로 나뉩니다.
절대적 사유에는 사용 목적 없는 악의적 상표출원, 사용금지 사유, 통용명칭, 기술적 표장, 대리기구 관련 문제, 그리고 사기 수단이나 기타 부당한 수단에 의한 등록이 포함됩니다.
이것이 이번 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의신청이든 불사용 취소든 무효심판이든, 우리 기업 명의의 신규 상표출원을 반드시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심판 절차에는 긴 시간이 걸리는 반면 상표 심사는 그보다 훨씬 빠릅니다. 우리가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에서 이겨 상대 상표가 사라져도, 그 자리를 차지할 우리 출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제3자나 같은 브로커가 다시 출원해버립니다.
병행 출원을 하면 심사 기간 차이 때문에 당연히 거절결정이 나옵니다. 이때 복심신청과 재출원을 진행해 선출원 지위를 유지하면서 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 수단 | 쓸 수 있는 시점 | 신청 자격 | 핵심 기한 | 한계 |
|---|---|---|---|---|
| 우선권 주장 출원 | 한국 출원 후 6개월 이내이고 상대 출원일이 더 늦을 때 | 본인 | 한국 출원일로부터 6개월 | 쓸 수 있는 경우가 제한적 |
| 이의신청 | 상대 상표가 초심공고 중일 때 | 사유에 따라 이해관계자 또는 누구든지 | 공고기간 내(현행 3개월) / 증거 보충 3개월 |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 없음 |
| 3년 불사용 취소 | 상대 상표 등록 후 3년 경과 | 누구든지 | 상대 증거제출 2개월 | 1심에서 증거 반박 기회 없음 |
| 무효심판 | 상대 상표 등록 후(3년 미경과 포함) | 사유에 따라 이해관계자 또는 누구든지 | 상대적 사유 제척기간 5년 / 증거 3개월 / 불복 30일 | 기간과 비용 부담이 가장 큼 |
| 양수 협상 | 언제든(다른 수단과 병행) | 본인 | — | 가격 협상력이 관건 (7편에서 상세히) |
중국 상표법은 2026년에 대폭 개정되어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번 개정의 큰 방향은 "등록만 해놓고 쓰지 않는 상표"와 "악의적 선점"을 정조준하는 쪽이며, 한국 기업에게는 대체로 유리한 변화입니다. 다만 실무 대응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생산경영상의 필요를 명백히 넘어서는 상표등록 출원은 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나쁜 영향을 초래한 경우 상표 집행 부서가 경고를 하고 10만 위안 이하의 과태료를 병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브로커의 경제적 유인 자체를 줄이려는 조치입니다.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용 행위가 상표 사용에 포함된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한국 기업에게는 사용 실적을 인정받는 데 유리한 변화입니다. 동시에 우리 상표가 불사용 취소의 표적이 됐을 때도 온라인 판매 기록이 유효한 증거가 됩니다.
저명상표의 이류(異類) 보호에서 "이미 중국에 등록되어 있을 것"이라는 제한이 삭제되어, 중국에 미등록인 저명상표도 이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중국에 아직 등록하지 못한 채 브랜드 인지도만 쌓인 기업에게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대리기관에 근면성실 의무가 부과되어 출원 위험을 위임인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하며, 대리 종사자에 대한 규율도 강화됩니다. 3편에서 언급한 "이름 모를 중국 사무소의 광고성 메일" 같은 관행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품의 용도나 진정한 출처를 나타내기 위한 지시적 사용에 대해서는 상표권자가 금지할 수 없다는 취지가 명확해졌고, 악의적으로 사실을 날조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이 제재하고 민사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Q. 선점 사실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나요?
기업이 중국 공고를 상시 모니터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거절결정통지서의 인용상표로 뒤늦게 확인합니다. 브랜드 중요도가 높다면 대리인을 통한 정기 모니터링을 검토하시고, 무엇보다 표장이 정해진 시점에 먼저 출원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입니다.
Q. 이의신청과 무효심판,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입니다. 상대 상표가 공고 중이면 이의신청, 등록됐으면 무효심판입니다. 다만 이의신청 결과에는 불복 절차가 없는 대신 기각되더라도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무효심판은 증거 교환 절차가 있어 공방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 불사용 취소를 우리 회사 명의로 하면 안 되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우리가 이미 중국에서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면 상대방이 침해소송으로 맞받아칠 수 있습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 현지 제3자 명의로 진행하는 실무가 활용됩니다.
Q. 개정법 시행 전에 등록된 상표는 어떻게 되나요?
기존에 등록된 상표의 효력은 유지됩니다. 다만 시행 후의 절차는 개정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특히 이의신청 기간 단축처럼 실무 일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분은 미리 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점 대응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일단 좀 더 알아보고"입니다. 그사이 공고 기간이 끝나고, 제척기간이 흐르고,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씩 사라집니다. 상대 상표의 법률상태를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발견한 날 바로 진단받는 것이 선택지를 가장 많이 남기는 방법입니다.
다음 마지막 7편에서는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어출원 설계와,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해결책인 양수 협상의 실무, 그리고 모조품 대응까지 정리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